27일 서울 낙원상가 앞에서 '서울생활문화센터 낙원' 개관식이 열리고 있다./뉴스1© News1 |
6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한국 대중음악의 메카 서울 종로구 낙원상가에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낙원'이 생겼다. 악기 대여와 교육은 물론 생활음악인의 꿈인 음원 녹음까지 할 수 있다.
서울시는 27일 낙원상가 하부 주차공간 일부를 개조해 '서울생활문화센터 낙원'을 개관했다. 2012년 신도림, 2018년 체부동에 이은 세 번째 서울생활문화센터로, 이번 센터는 국내 최대 악기종합상가에 자리한 만큼 '대중음악'을 대주제로 운영한다.
센터장은 1987년 대학가요제에서 밴드 '블루드래곤'의 멤버로 수상한 바 있는 음악인 허진씨다. 개관식에 참석한 허 센터장은 "누구나 갖고 있는 음악에 대한 꿈을 실현할 수 있는 곳, 일반 시민들의 음악 낙원으로 만들고자 한다"고 말했다.
총면적 580㎡의 센터는 낙원역사갤러리, 강의실, 회의실, 악기보관소, 다목적홀, 연습실, 녹음스튜디오, 공작소 등 11개의 방으로 구성됐다. 대중음악의 필수요소인 악기를 빌리고, 배우고, 연주하고, 수리하는 곳이라고 할 수 있다.
서울생활문화센터 낙원의 '낙원역사갤러리'에 전시된 아이돌 관련 기념품과 사진들./뉴스1© News1 |
개관식이 열린 낙원상가 종각역 방향 입구로 들어가면 가장 먼저 낙원역사갤러리가 보인다. 이 방의 한쪽 벽에는 낙원상가와 대중음악의 역사가 빼곡히 적혀있다. 역대 가요제 수상자와 추억의 음악잡지 내용도 키오스크에서 확인할 수 있다.
허 센터장은 "지금 젊은 세대들은 낙원상가에 대해 모르는 사람이 많겠지만 과거에는 음악, 특히 밴드를 하는 사람에게 이곳은 성지(聖地)였다"며 "이곳에서 젊은이들은 역사를 알 수 있고 나이가 있으신 분들은 옛 추억을 떠올리며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낙원역사갤러리의 또다른 벽면에는 '아이돌 특별기획전'이 진행 중이다. 서태지와 아이들부터 핑클, SES, 빅뱅, BTS 등 한국 아이돌의 역사를 알 수 있는 사진과 한정판 기념품이 있다. 전시품은 팬들의 소장품으로 시즌마다 새로운 기획전이 열릴 예정이다.
낙원역사갤러리를 나와 강의실과 회의실을 지나면 악기보관소가 기다리고 있다. 기타와 바이올린, 플루트, 장구 등 시민들로부터 기증받은 악기 수백개가 보관돼 있다. 센터는 낙원상가의 장인과 협력해 악기를 수리한 후 재기증하거나 대여해주고 있다.
서울생활문화센터 낙원의 'N스페이스'에는 각종 장르의 LP가 보관돼 있다./뉴스1© News1 |
다목적홀 'N스페이스'로 들어가자 신나는 스윙재즈가 들렸다. N스페이스는 턴테이블과 수천장의 LP, 고음질 스피커 시설이 구비된 시설이다. 이곳에 보관 중인 LP를 듣는 것은 물론 자신이 소장한 LP를 가져와 지인들과 함께 감상하거나 소규모 공연을 열 수도 있다.
센터는 음악인을 위한 장소답게 연습실과 녹음스튜디오도 갖추고 있다. 개관식 당일에도 연습실에서는 '낙원시니어밴드'가 재즈 합주를 하고 있었다. 바로 옆방에서는 보컬 녹음이 진행 중이었다. 옆방의 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을 정도로 방음도 완벽했다.
센터가 음악인들의 낙원인 가장 큰 이유는 녹음실에 있다. 음원 제작부터 유통까지 전 과정을 센터가 체계적으로 지원하기 때문이다. 이미 1차 공모를 통해 직장인 혼성 6인조 밴드 '온오프식스(On/Off Six)'가 센터에서 녹음하고 음원을 발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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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터의 마지막 방은 '수리수리공작소'이다. 악기를 수리하는 것은 물론 자신만의 스타일로 장식할 수 있다. 공작소에서 기타에 줄을 끼우고 있던 악기 장인은 "많은 분들이 방문해 악기와 음악에 관심을 가져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센터는 이날 공식개관했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현장 악기 강습은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대신 유튜브 '낙원 MTV' 채널을 통해 드럼, 우쿨레레 학습 동영상을 제공하고 있다.
유연식 서울시 문화본부장은 "우리나라 대중음악의 살아있는 역사인 낙원상가와 서울생활문화센터 낙원의 시너지로 낙원상가 일대가 아시아 최고의 악기·음악 허브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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